글
덫
Writings
2005. 9. 12. 18:00
덫에 걸렸다.
이 번엔 토끼가 아니라..."나"라는끈질긴 도망자가 걸렸다.
군시절 눈이 내릴 때
산토끼가 지나간 자리, 가지런힌 찍힌 발자국을 따라
철사로 만든 올무 몇 개 걸어 놓으면
다음날 아침 수색조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덫에 걸린 토끼는 눈망울에 아픔을 묻은채 굳어 있었고
도루코 칼날을 꺼내는 선임병의 눈빛은 붉게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체인지 몬스터"가 덫을 놓았다.
큐브의 미로처럼 어렵던 관문을 여러 개 통과하고 드디어 마지막 문이라고 생각한
그 문을 열고 나가자 그 곳은 또 다른 원점일 뿐이었다.
멀리서 몬스터의게걸스런타액 내음만풍겨오고 있었다.
얼마를 더 가야 하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몬스터의 올무를 피해 내 발자욱을 지워 놓을 수 있을까?
잠자리 날개를 끄트머리만 잘라내고 날리면 얼마 못가서 낮은 곳으로 내려 앉곤 했다.
손으로 만지작 거리고 파리를 잡아서 입에 넣어 줄 듯 말 듯 하며 장난치고 하다보면
잠자리는 아예 날 힘도 없이 주저 앉아 꿈틀 거리다가 결국 개미 밥이 되었다.
힘이 빠진 잠자리에게 우린 자유를 주었다.
왠만하면 날아서 멀리 가도 좋다고.
보이지 않는 몬스터의 올무는 오늘도알 수 없는 힘으로숨통을 조이며 다가 오는데
퍼득거릴 날개의 힘도 빠지고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은 액자속에 덩그러니 걸려 있다.
끝없이 긍정하면서 전진하라고 그가 말하지만
난 다시금 창조를 위한 파괴의 작업도를 쥐고 손을 떤다.
닫혀진 조리개에 옅은 녹이 슬 때 즈음에
다시 새로운 세계를 담아낼 렌즈를 닦고 햇빛사냥을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