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미학

Writings 2005. 8. 11. 01:02


<일산 킨텍스 2005 모터쇼에서 - 르노삼성자동차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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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에 대하여

요즘 '느리게 사는 법' '다운 시프트' 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가끔 아이러니를 느낀다. 우리가 열심히 살아온 인생의 종국적인 목표가 그저 예전처럼 돌아가

목가적인 여유를 즐기는 것이 된다면 구태여 왜그리 빨리, 경쟁적으로 살아 왔을까?

나도 어느 정도 인생을 알만한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예전에 그토록 몸살을 앓았던 열병이

지금 보면 부질없어 보이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다.

성공을 위해 몸부림 치며 살아 온 세월.

성적을 조금이라도 더 잘 받아보려, 대학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데를 나오려, 좀 더 좋은 직장,

좀 더 나은 여자를 얻는 것까지 그토록 아득바득 살아 오는 동안 무엇이 행복이었던가?

위의 여러 항목에서 순간순간 앞서 가던 친구들이 그토록 부럽기도 하고열등감을 갖기도 하였지만

지금 오랜 시간이 흘러 남은 것은 무엇인가?

벗겨진 머리, 반백의중년의 모습으로 탈바꿈 되는 친구들의 깊게 패인 주름을 보면서

대기업 부장이다 이사다 하며 승승장구 관록을 구가하던 친구들도 결국 세월 앞에 무릎꿇고

경직된 사고로 후배들로부터 밀려나고 그렇게 쓸쓸하게 돌아가는 발걸음에서 과연 무엇이

그토록 부러웠고질투하고 싶고자신에 분노하기도 했을까?

물론 지금도 짱짱하게 잘 나가는 친구들도 있다. 수백억 이상의 자산가도 있고 청와대의 핵심부서에

들락날락할 만큼 능력있는 친구도 있다. 엄청난 베일에 가려진 - 가령최근에 터진 도청사건 처럼-

남들이 열심히 믿고 따르는 그릇된 진실의 핵심을 아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래봐야 뭘하랴?

민중의 힘이있어 소소한 한 개인일지라도 그 인권만 확실히 보장 된다면

그저 부대찌개라도 열심히 끓여서 맛나게 손님께 봉사하는 조그만 일도 마음만 편하면 최고 아닌가?

물론 가게를 낼 만큼 여유가 있지 않은 경우도있겠지만 그럴 경우에는 그저허드레일 일지라도 하며

마음 느긋하게 하면서 살 수만 있다면 그저 평범한 삶이 속 시끄런 삶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요즘 도청사건으로 노벨평화상의 주인공께서 몸져 누우셨고 내노라는 모그룹의 회장도 전전긍긍...

2년전이 되었다만 현대의 정몽헌회장의 투신자살 사건이나 대우건설 사장의 한강투신을 보면

일반인이 부러워하는 삶의 주인공들도 결국 속이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는 모양이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의 99%이상이 모두 거짓으로 꾸며진 허상의 전시장에서 날뛸지라도 그냥 믿고

보고 듣고 같이 울고 웃으며 그들을 부러워 하기도 하면서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더 편할 것이다.

아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정치인의 암중모략, 화장과 성형처럼 진실은 아예실종된 엔터테인먼트 세계, 돈 만을 좇는 수 많은 군상.

그러한 것을 알면 알수록 아무런 흥미도 생기지 않고 자꾸 역겨운 일에 많이 노출되게 된다.

그냥 평범하게 많은 것을 부러워 하면서 내가 가진 소박한 재주하나에 매달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타인의 능력은 과대 평가해 주고 세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생각도 천천히 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에게

여유있는 평온한 파장이 늘 생겨 나는 것을 느낀다.

지나가다 장기를 두는 노인을 바라보며 할 일도 잊고 훈수 두려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그대에게

세상은 여유있는 미소로 어깨를 감싸 주는 것 같다.

평범함을 소박하게 즐기는 대다수의 평범인 들이여. 조그만 재주를 큰 은혜로 생각하고

자신의 못나고 뚱한 육신일지라도 건강함에 늘 만족하는 그런 작은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여.

우리의 조그만 행복이 침해 될 때는 분연히 일어나 평범의 쿠데타(?)를 하고야 마는 자존심만 지키며

계속 바보처럼 그냥 웃으며 여유있게 살자.

이젠 만들어진 미소나 현학적이고 시니컬한 미소에도

서서히 질려가고 있다.

소박한 질그릇의 웃음을 찾아 평범함을 즐기고 싶어 견딜 수 없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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